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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추모하여 지내는 의례가 제사이며 제사때 차리는 음식상을 제사상이라고 하였다. 제사상은 의례상차림에서 그 연원이 가장 오랜 것중 하나이다. 제사지내는 풍습은 영혼불멸의 미신적인 관념이 발생한 원시시대에 이미 있었으며 그것이 고대와 중세에 이르러 더욱 성행하였다. 제사상차림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국유사』 제2권 ‘가락국기’에는 “금관가야에서 해마다 설이 오면 술, 떡, 다과 등 제물을 마련하여 가지고 시조인 김수로의 사당에 제사를 지냈다”고 하였다. 고려시대의 제사상차림에 관한 자료는 삼국시대의 자료보다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10세기 중엽(문종 때) 제사상차림은 관등급에 따라 차등있게 차리게 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제사상은 제사의 규례가 많이 늘어나면서 차림도 더욱 요란해졌다. 가정제사에는 기제, 시제, 속절제 등이 있었는데 격식에 따라 제사상을 차렸다. 제사상차림에서는 음식준비에서부터 잔치나 환갑 음식준비와 차이가 있었다. 제사는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의례였으므로 제사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몸과 옷차림을 특별히 깨끗하게 하고 정성을 다해야 하였다.
제사에는 보통 술, 과일, 포, 식혜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다 편, 구이, 나물, 간납(기름에 지진 간), 국수, 밥, 국, 김치 등을 더 차렸다. 제사 때 쓰이는 떡으로는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설기떡 또는 녹두백편(녹두 흰떡), 거피팥백편(껍질벗긴 팥으로 고물을 한 흰떡), 흑임자백편(검은깨 흰떡) 등을 만들어 그릇에 포개어 고이고 주악, 단자 등을 얹었다. 다과와 과일은 흑임자, 강정, 다식, 약과, 밤, 대추, 곶감, 사과, 배, 감 등을 고였는데 밤은 날밤의 속껍질을 벗겨서 썼다.
제사 때 쓰는 주요음식의 하나인 고기구이(적)는 밥상이나 잔칫상에 놓는 고기구이(자), 생선구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조리하였다. 실례로 고기구이는 쇠고기를 두껍고 넓게 저며서 양면에 잔칼질을 한 다음 양념하여 3~5장씩 나무꼬챙이에 끼워 구워서 나무그릇에 담았다.
간납은 고기, 채소 등을 길이 10~12cm 정도로 썰어서 꼬챙이에 꿰어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 기름으로 부친 것이다. 간납도 그릇에 포개어 담고 그 위에 전유어를 포개어 괴였다. 간납은 그것을 부치는 기름냄새가 풍겨야 귀신이 내린다고 말할 정도로 제사상의 필수음식이었다.
제사음식에서 탕(국)은 빠뜨릴 수 없은 음식이었다. 탕으로서는 고기탕, 생선탕, 소탕(고기, 생선이 들어가지 않은 탕)이 쓰였다. 포는 고기포, 물고기포, 말린 문어, 북어포 등이 쓰였는데 포개어 담아 놓았다. 이밖에 나물김치, 식혜, 떡, 청간장, 초간장을 담아놓고 흰쌀로 메(밥)를 지어 놓았다.
제사 때 쓰이는 그릇들은 일반적으로 제사의 정숙한 분위기에 맞게 모양이 단정하고 장식이 극히 소박하였으며 목이 길거나 밑굽이 높았다. 제사상차림은 보통 음식을 제기에 담아 넉줄 또는 다섯줄로 차려 놓았다. 다섯줄로 차리는 경우 제1열에는 조과나 과일류, 제2열에는 채소류, 제3열에는 탕류, 제4열에는 적과전류, 제5열에는 반갱(밥과 국)을 놓았다.★
가정들에서는 제사가 끝나면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이것을 ‘음복’이라고 하였다. 음복을 할 때에는 밥을 탕국에 말고 고기적, 나물 등을 얹어 장국밥으로 하거나 밥을 나물에 비벼 비빔밥으로 만들고 제사에 쓰인 음식물과 술을 갖추어 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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