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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봄과 가을철에 집을 손질하며 집안팎을 깨끗이 거두는 우수한 풍습을 지켜왔다. 봄을 맞으면서 우리 선조들은 겨울철에 어지러워졌던 집주변을 깨끗이 정리하였다. 우수, 경칩이 지나 땅이 다 녹으면 집주변에 널린 검불이나 묵은 나뭇잎을 비롯한 오물들을 쓸어모아 모닥불을 놓았다. 모닥불은 주로 저녁녘에 피웠는데 이때면 집집마다 앞마당 한쪽에서 타오르는 모닥불의 연기가 마을에 자욱하였다. 한편으로는 녹아내린 집주변 물도랑을 깨끗이 쳐올려 물이 잘 흐르도록 정리하기도 하였다.
집주변정리가 끝나면 농촌에서는 지붕잇기(초가지붕인 경우)와 울타리수리를 하였다. 지붕잇기와 울타리수리는 대체로 논밭갈이가 시작되기 전에 끝냈는데 절기로 보면 청명전이었다. 이와 함께 농촌에서는 돼지우리, 닭우리, 외양간 등을 말끔히 쳐내어 퇴비장에 쌓았다. 이것은 질좋은 거름을 장만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가축우리들을 깨끗이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였다. 이밖에 정원의 꽃밭도 정리하고 거기에 꽃씨를 뿌리거나 움에 보관하였던 꽃나무뿌리를 옮겨심기도 하였다. 꽃밭에는 주로 백일홍, 봉선화, 함박꽃 등을 관상용으로 심었다.
봄철에 집을 거두는 일은 대개 이상과 같이 하였는데 그것은 집과 주변을 문화위생적으로 거두고 여름 장마철을 무사히 나기 위한 일이었다.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가을철이 다가오면 농가들에서는 온돌을 비롯한 집손질을 하였다. 가을철 집손질은 대체로 본격적인 가을걷이를 앞두고 진행되었다.
온돌수리는 주로 초가을에 하는 일로서 구들골에 쌓인 재들을 그러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구들골도 손질하고 구들장도 다시 놓았다. 온돌수리때에 나오는 구들재와 파벽토는 질좋은 거름으로 이용되었다. 이것은 주로 가을채소밭에 내는데 농가에서 초가을에 주로 온돌수리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물론 도시나 그밖에 농촌이 아닌 주택에서 온돌수리를 하는 시기는 달랐다. 온돌수리방법은 구들골을 만드는 일이 없는 것이 다를뿐 새로 온돌을 놓을 때와 비슷하였다. 농촌에서는 온돌수리를 해마다 하는데 그것은 질좋은 거름을 얻어내는데도 목적이 있었지만 온돌수리를 잘해야 불이 잘 들고 그해 겨울을 춥지 않게 지낼수 있었기 때문이다.
온돌수리와 함께 농촌에서는 집안팎에 흙매질이나 횟가루칠을 하였다. 흙매질은 보통 차진흙이 아니라 부드러운 매흙을 물에 풀어서 솔 또는 빗자루로 벽면에 발랐다. 이것은 물론 횟가루를 바른 것만은 못하나 벽면이 황갈색이 나면서도 은근하고 깨끗한 감을 주었다. 흙매질을 잘하면 벽면에 생기는 틈새들이 메워지며 추운 겨울에 웃풍이 없어져 방안이 아늑하였다.
가을철 집손질에서 중요한 일의 다른 하나는 문창호지를 바르는 것이었다. 문창호지를 바르는 일은 연중행사처럼 진행되는 전통적인 풍습이었다. 그것은 우리나라 주택의 문들이 거의 다 세살문으로 되어있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었다. 세살문에서 채광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얇은 종이를 발라야만 하는데 문창호지로서는 조선종이가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 조선종이는 풀을 발라도 변형이 적고 일단 문살에 발라놓으면 질겨 문자체도 견고하게 만들었다. 조선종이는 또한 바람을 잘 막아 방한에도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가을철이 잡히면 의례히 집집마다 창호지를 장만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문에 창호지를 바를 때에 자그마한 구멍이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돌렸다.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추운 겨울철에 매우 작은 구멍으로도 찬 바람이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노인들은 창호질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속담을 이야기해 주면서 참견을 자주 하였다.
문창호지를 바르는 방법은 문틀에서 문을 떼내여 묵은 창호지를 물에 적셔서 떼고 문살들에 먼지가 없도록 깨끗이 닦아낸 다음 햇볕에 말리며 그위에 새로운 종이를 발랐다. 묵은 창호지의 꿰지지 않은 성한 부분을 골라서 말렸다가 적당한 너비로 오려서 문풍지(문설주와 문틀사이를 가리우는 것)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창호지를 바르는 일은 대체로 입동을 전후하여 김장을 하기 직전에 하였다.
가을철 집손질은 겨울나기준비를 위한 일들이었다. 이러한 집손질풍습은 우리 민족이 주택의 안팎을 계절에 맞게 잘 꾸리고 깨끗하게 살았다는 것을 말하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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