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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가족 구성원들의 옷은 자급자족적인 가족경제생활 안에서 각 가정을 단위로 하여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따라서 옷짓는 데 필요한 바느질도구도 각 가정들에서 자체로 마련하여 두고 이용하였다. 바느질도구에는 바느질그릇과 그 안에 든 바늘쌈, 바늘꽂이, 실과 실패, 골무, 가위, 자 그리고 풀새옹, 인두, 옷본 등이 있었다.
바느질그릇은 갖가지 바느질도구를 담아두는 그릇인데 ‘반지그릇’이라고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상자로 된 것과 광주리, 동고리로 된 것이 있었다. 바느질상자는 보통 오동나무나 종이로 네모나게 만들고 거기에 색종이를 오려 붙여 장식하였다. 일반 가정들에서는 상자 대신에 초물로 엮은 광주리나 동고리를 많이 이용하였다. 광주리는 여러 가지 색깔의 물을 들여 엮은 것으로서 아기자기한 맛을 주면서 쓰기에도 간편하였다. 가정에서 여자들은 가족의 옷을 지어 주는 담당자였으므로 손바느질을 많이 하였으며 따라서 바느질광주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바느질광주리는 임의의 시각에 가져다 쓸 수 있게 언제나 방 안의 편리한 곳에 놓아두었다.
바늘쌈은 바늘을 싸서 두는 뭉치인데 바늘은 녹이 쓸지 않게 늘 기름종이에 싸서 보관하였다가 필요한 만큼 꺼내어 쓰곤 하였다. 바늘꽂이는 바늘을 꽂아두는 도구이다. 바늘방석이라고도 하였다. 바늘꽂이는 그 형태가 다양하였으며 주로 여러 가지 꽃이나 과일 모양이었으나 둥글거나 각이 난 것도 있었다. 어느 것이나 작은 천쪼가리를 오려서 곱게 수를 놓고 두 개를 맞대어 가장자리를 잘 감친 다음 그 속에 솜이나 머리카락을 넣어 만들었다. 바늘꽂이에 솜이나 머리카락을 넣는 것은 바늘에 녹쓸지 않고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풍습이었다.
바늘은 옷을 짓거나 꿰매는 도구이다. 바늘의 크기는 여러 가지였는데 주로 굵기에 따라 구분되었다. 옷감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였던 만큼 그에 따라 바늘도 적당한 것을 썼다. 명주바느질을 할 때나 수를 놓을 때에는 가는 바늘을 썼고 그보다 좀 굵은 바늘은 무명과 같은 옷감으로 옷을 만들 때 사용하였다. 좀 길고 굵은 바늘은 베천이나 이불을 꾸밀 때 또는 시침질을 할 때에 썼다. 가정에서 여성들은 바느질하다가 잠깐 멈출 필요가 있을 때에는 바늘을 쪽진머리의 쪽뒤 또는 옷감 부분에 꽂아두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실을 맺은 다음에는 이빨로 물어 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골무는 오른손 둘째손가락에 끼고 바늘귀를 밀어주는 도구인데 바늘귀에 손을 상하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겸하였다. 골무는 작은 천쪼가리를 두 겹이나 세 겹 풀칠한 다음 딴딴하게 된 것을 손가락 굵기로 본을 떠서 만들었다. 본을 뜬 다음 두 개를 맞붙여 가장자리를 감치었다. 골무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 감쌀 수 있는 작은 물건인데도 여러 가지 장식을 하였다. 색깔천쪼가리를 모아서 알록달록하게 붙이거나 여러 가지 꽃무늬, 좋은 것을 상징하는 짐승무늬 같은 것을 수놓았다. 자그마한 골무 하나라도 무심히 대하지 않고 정성들여 곱게 만들어 쓰는 데서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아름다운 취미와 다감한 정서, 알뜰한 일솜씨와 근면성을 엿볼 수 있다. 골무는 손바느질하는 데 절실히 필요한 물건이었으므로 여자들이 시집갈 때 많이 만들어 가지고 가서는 혼수 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였다.
실패는 바느질할 때 실을 감아두고 쓰는 물건이다. 실패의 형태에는 긴 사각형이 가장 많았고 그밖에 정사각형도 있었는데 감은 실이 풀리지 않게 네면은 안으로 홈이 나게 곡선을 이루었다. 실패는 대체로 가벼운 나무로 만들었다. 가정들에서는 보기 좋게 색칠한 여러 개의 실패를 준비해 두고 썼다. 실패에는 화각실패나 나전실패처럼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것도 적지 않았다. 작은 실패에는 한 가지의 실을, 큰 실패에는 구간을 나누어 굵기와 색깔이 다른 여러 가지 실을 감아두고 편리하게 사용하였다.
풀새웅은 옷을 지을 때 쓰는 풀을 담아두는 작은 그릇이다. 모양이 부엌에서 쓰는 새옹과 비슷하다고 하여 풀새옹이라고 하였다. 바느질할 때에는 대체로 쌀가루나 밀가루 풀을 담아 두었다가 이용하였다. 인두는 옷을 지을 때 풀칠한 부위와 꾸겨졌거나 바느질한 곳을 반듯하게 하기 위해 불로 달구어 사용하는 도구이다. 끝이 뾰족하면서도 작기 때문에 옷의 섬세한 부분까지도 반듯하게 손질할 수 있었다. 바느질할 때에는 화로에 인두를 꽂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뽑아 쓰곤 하였다.
바느질도구에는 자나 옷본 같은 것도 있었다. 옷본에는 특히 식구들의 버선모양을 오려둔 버선본이 많았다. 여성들은 위에서 지적한 바느질도구 이외에 천쪼가리를 모아 넣어두는 보 같은 것도 만들어 이용하였다. 헝겊보퉁이는 네모반듯한 천의 가장자리를 풀리지 않게 하고 네 귀에는 색천으로 덧단을 대어 단단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쪽 귀에는 길게 끈을 달아 천쪼가리들을 싸서 묶어두게 되어 있었다. 보퉁이 속에는 일상적으로 모아둔 각기 다른 종류와 색깔의 천쪼가리들을 넣어두었는데 옷손질을 하거나 그밖에 요긴할 때에 꺼내어 쓰곤 하였다. 바느질도구들은 지난날 손바느질이 옷짓는 방법의 기본이었던 조건에서 가정살림을 맡아하는 여성들의 큰 관심사로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부터 시집가는 새색시들은 반드시 바느질도구를 준비해 가지고 가는 풍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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