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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날은 음력 2월 초하루를 말하는데 이날은 ‘천하지대본’으로 여겨온 농사에서 기초적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일인 밭갈이의 시작을 알리는 날로서 하나의 민속명절로 쳐왔다. 조선 초기까지의 자료에는 머슴날에 대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민속명절은 그 이후시기에 생긴 것으로 짐작된다. 머슴날에 대하여 18~19세기의 기록들에는 ‘노비일’이라고 전하고 있으나 민간에서는 ‘일군날’이라고 하였다.
‘노비일’이라는 것은 통치배들이 양반지주집에서 혹사당하는 일군들이 대체로 신분상 노비라 하여 불러온 말이었고 머슴날은 주민들이 통속적으로 부르던 말이었다. 지난날 봉건양반지주들은 온 한해동안 데릴종, 머슴들을 마소와 같이 부려 농사를 시키면서 아무런 대접도 해주지 않고 있다가도 매해 밭갈이를 시작할 계절이 되면 노비일이라고 하여 콩소를 넣은 송편을 해서 노비와 머슴들에게 먹이었다. 이것은 주인의 선심에 감동되어 머슴이나 종들로 하여금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한 얼림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머슴날에 먹는 송편은 흔히 자기 나이 숫자만큼 먹는다고 하였다. 어떤 고장에서는 집안식구의 나이만큼 숟가락으로 쌀을 떠내어 그것으로 송편을 만들기도 하였다.
낮에는 농악을 울리며 노래와 춤으로 한바탕 즐겼다. 이날 집안과 뜰 청소도 깨끗이 하였다. 농사에 착수하면 여름내 집손질을 할 짬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날 벽에 흙매질을 하고 집주변의 어지럽던 곳들도 깨끗이 손질하였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날 벽을 바르면 초가집에 흔히 생기는 노래기를 없앨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농민들은 집안팎을 깨끗이 가셔내고 벽도 바른 다음 서까래 위에 ‘향랑각씨 속거천리’(노래기는 빨리 천리밖으로 사라지라)라는 글을 써 붙이었다. 향랑각씨의 향랑은 향기로운 냄새를 피우는 처녀라는 말이고 각씨란 새색시라는 말인데 지독한 냄새를 피우는 노래기를 비유해서 하는 말이었다. 이것은 노래기를 싫어하여 그것을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농민들의 생각을 좋은데다 비유해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글쪽지를 붙이기 위해서도 집안팎을 깨끗이 가셔내야 하므로 청소를 잘하도록 추동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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