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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희고 질기며 깨끗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보풀이 일지 않고 벌레가 잘 먹지 않은 조선종이를 가지고 여러 가지 생활용품과 장식품을 만들어 생활에 이용하여 왔다. 우리나라의 수십가지 종이 가운데서 공예품 제작에 가장 많이 쓰인 종이는 선자지, 색간지, 피지, 황지, 유둔이였다.
선자지는 섬유질이 매우 치밀하고 두께가 알맞게 얇으면서도 탄탄하여 부채제작에 많이 이용되었다. 색간지는 질이 탄탄하고 매우 두꺼워 마치 가죽 같은 느낌을 주는 간장지와 같은 종이에 붉은색, 누른색, 푸른색, 풀색, 연두색, 자주색, 보라색, 옥색 등의 물감을 들인 종이인데 등을 비롯한 장식공예품과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많이 쓰였다. 피지는 조선종이 가운데서 가장 두께가 얇은 흰종이로서 꽃과 같이 사치하고 정결한 장식공예품의 제작에 이용되었다. 그 밖에 누른색종이인 황지는 각종 생활용품의 제작에 쓰였고 종이에 기름을 먹인 유둔은 우산, 비옷, 갓 등의 제작에 쓰였다.
종이공예품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종이공예품을 만드는 방법 가운데서 종이를 여러겹 붙여 만드는 방법과 종이를 노끈처럼 꼬아서 엮어 만드는 방법이 가장 흔한 방법이었다. 종이를 여러겹 붙여 공예품을 만드는 방법은 먼저 풀칠을 하면서 판때기 위에 종이를 여러겹 붙이고 그 위를 천뭉치로 가볍게 비빈 다음 그늘에서 빳빳하게 말렸으며 그 다음 만들려는 제품을 마르고 풀로 붙여 기물의 형태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바늘함, 서류함, 연상, 빗접, 빗접꽂이, 안경집, 담배쌈지, 실상자 등 이었다. 이러한 공예품들은 제작솜씨가 소박하나 민족적 정서가 짙게 풍기였다.
종이를 노끈처럼 꼬아 엮어 만드는 방법은 먼저 얇고 발이 고운 종이를 1cm 너비로 베어 놓고 그것을 한끝부터 비벼서 꼰 다음 다시 두 가닥씩 함께 틀어서 굵거나 가늘게, 성글거나 조밀하게 여러 가지로 꼬았다. 이러한 노끈으로 제품을 엮을 때에는 두겹으로 꼰 것은 날로, 외겹으로 꼰 것은 씨로 삼았다. 종이를 꼬아 엮어만든 제품에는 바구니, 쟁반, 바리, 망태기, 소반, 표주박, 둥구미, 대접, 항아리, 술장, 술잔대, 구럭, 주머니, 방석, 노전, 베개 등이 있었다.
우리 민족은 종이공예품에도 여러 가지 장식을 하였다. 물론 장식이 공예의 다른 형식들에 비해 간소하고 소박하였지만 그것은 제품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장식무늬의 내용을 보면 대체로 글자무늬, 기하무늬 그리고 동식물무늬 등이었다. 글자무늬로는 주로 ‘수(壽)’, ‘복(福)’, ‘쌍희(囍)’, ‘만(卍)’등을 새겼고 기하무늬로는 점, 선, 삼각, 사각, 물결 등을 많이 그렸으며 동식물무늬로는 연꽃, 국화, 소나무, 불로초, 학, 거북이, 사슴, 풀, 곤충 등을 그렸다. 이러한 장식무늬들은 제품의 용도와 형태, 크기에 따라 이러저러하게 변형시켜 형상되었다.
장식무늬의 표현수법도 각이하게 하였다. 어떤 장식무늬들은 채색으로 그리기도 하고 종이를 가위로 오려 붙이기도 하였으며 씨와 날의 엮음방법에 의해 형상하기도 하였다. 종이공예품에는 칠장식도 하였다. 여러 가지 색깔의 옻이나 기름, 감즙을 전면 또는 겉면과 안면에 입혔는데 이러한 칠장식은 공예품의 견고성과 함께 외적 미관을 돋우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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