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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산에서 자라는 참나무, 피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의 가지와 껍질, 뿌리 등과 야산과 들에서 자라는 왕골, 갈, 부들, 싸리, 칡, 삼과 같은 여러 가지 잡관목과 덩굴들 그리고 벼, 조, 기장, 수수, 밀, 보리의 짚과 심지어는 강냉이오사리와 같이 엮고 틀고 결을 수 있는 재료라면 그 어느 것이건 다 이용하여 갖가지 초물공예품을 만들어 썼다. 그 중에서 제일 즐겨 써왔고 또 광범히 활용하여 온 재료는 왕골이었다.
왕골은 돗자리와 그밖에 갓, 부채, 발, 바구니, 방석, 고리, 동고리, 구럭, 합, 망태기 등을 만드는데 써 왔다. 버들과 싸리도 초물공예품제작에 널리 쓰인 재료의 하나였다. 버들과 싸리로는 고리, 광주리, 채반, 조리, 동고리, 키, 바구니, 다래끼, 구럭, 채독 등을 만들었다. 버들과 싸리 제품생산지로 유명한 곳은 평안도, 충청도, 전라도, 함경도, 황해도 등지였다. 그 가운데서도 평안도의 고풍(오늘의 자강도), 황해도의 해주, 충청도의 공주지방이 이름 높았다. 갈도 초물재료로 많이 쓰였다. 갈로는 주로 자리, 발, 갓을 만들어 쓰는데 갈자리제품으로 유명한 곳은 평안도의 정수, 철산, 용천, 황해도의 재령, 신천 지방이었다. 볏짚도 초물제작에 많이 썼는데 볏짚으로는 보통 짚신, 도롱이, 자리, 둥구미, 멱서리, 똬리, 독뚜껑 등을 만들었다.
왕골을 가공할 때에는 대가 쇠기전인 8월 중순경에 베어 잎과 뿌리를 자른후 세쪽으로 길게 찢어 보통 90~100쪽씩 묶어서 이른 새벽 이슬에 맞힌 후 햇볕에 쬐어 색깔이 희고 고우면서도 윤기나게 말렸다. 싸리는 가지에 물이 한껏 오르는 7~8월에 가지의 길이가 1m 정도되게 곧추 자란 것을 베어들었으며 버들은 껍질이 잘 벗겨지는 6~7월경에 베어 들였다. 갈은 8월 말부터 12월 말 사이에 수확하여(8월에 수확한 갈은 색이 푸르다고 하여 풋갈이라 하고 9월 말경에 수확한 갈은 색이 누렇다고 하여 황죽갈이라 하였다) 한 대씩 판돌 위에 놓고 방망이로 밑동을 두드린 다음 밑동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길이로 쭉 짜개고 대나무토막으로 갈대를 짓눌러 돌판 위에 납작하게 펴놓은 다음 갈잎을 털어 버리면서 깨끗하게 다듬어 썼다.
초물공예품은 주로 민간에서 농한기와 농사일의 여가에 남자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그리고 공예일반이 그러하듯이 초물공예품도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다 알 수 없으나 오늘까지 전해오고 있는 그림들을 통하여 그 일단을 찾아볼 수 있다. 김득신의 그림 ‘고양이를 쫓는다’(18~19세기), 김홍도의 그림 ‘자리엮기와 물레질’(18세기), 우진호의 그림 ‘베매기’(19세기) 등에서 자리 엮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짜거나 엮거나 틀거나 겯거나 하는 방법들은 지난날 우리 선조들이 진행하여온 초물공예품제작의 주요 방법이었다. 엮기는 말 그대로 두가닥 혹은 그 이상의 오리를 하나씩 번갈아 서로 얽어매면서 만드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주로 갈이나 싸리, 버들과 같이 질기고 튐성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자리나 발 같은 것을 만들 때 썼다. 틀기는 씨실, 날실의 구별이 없이 일정한 방향으로 꼬이게 돌려 엮는 방법인데 왕골, 짚과 같이 질기며 꺾이지 않는 재료를 가지고 장석, 망태 등을 만들 때 이용하였다. 겯기는 씨와 날로 일정한 사이를 띄우면서 엇바꾸어 엮는 방법인데 갈, 구름나무껍질 등으로 자리를 만들 때 적용하였다.
초물공예품제작의 이러한 방법들은 재료와 제품의 구체적인 용도에 따라 일정한 차이가 있었다. 볏짚으로 초물제품을 만드는 경우만 보아도 씨를 날로 엮거나 씨로써 날을 감아트는 것, 날과 씨의 구별이 없이 트는 방법들이 있었는데 씨를 날로 엮는 방법으로는 도롱이, 자리, 거적, 섬 등을 만들었고 날에다 씨를 감아트는 방법으로는 짚신, 둥구미, 멱서리, 멍석, 매방석, 덕석 등을 엮었다.
초물공예품에는 무늬들이 대체로 도안적으로 형상되었는데 그 하나 하나에는 모두 우리 민족의 생활감정과 정서, 지향이 반영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넝쿨무늬와 매화, 모란, 왕대, 불로초, 소나무 등 식물무늬와 학, 사슴, 범, 원앙 등 동물무늬 그리고 각종 기하무늬, 글자무늬들은 역대로 초물공예품들에 많이 장식된 무늬 소재들이었다.
이러한 무늬소재들은 초물제품들에 단독으로 새겨지기도 하고 몇 개가 서로 결합되어 형상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호랑이는 학 등과 어울려 흔히 형상되었고 원앙이나 봉황인 경우는 꼭 짝을 이루어 형상되었으며 학은 쌍을 이루면서도 구름이나 소나무, 불로초 그리고 글자들과 함께 새겨지기도 하였다. 또한 매화는 나무줄기에 모란은 ‘수’, ‘복’, ‘부’, ‘귀’등 글자들과 어울려 놓아졌고 용은 거북이나 구름 등과 함께 그려졌다.
초물공예품의 무늬형상에 쓰이는 색오리들은 재료들 가운데서 좋은 것으로 골라 속을 훑어버린 다음 물감을 푼 물에 담가 푹 끓여서 물들여 썼다. 염료는 거의 나무의 껍질, 뿌리, 잎, 열매 등에서 얻어낸 것이었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초물공예품은 우리나라 민속공예의 주요 구성을 이루고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되어 발전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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