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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이 밑그림이 비쳐 보이는 장식재료로 대모나 호박 등보다도 소뿔을 선택하여 이용하게 된 것은 소뿔이 맑고 투명하면서도 얼른얼른한 자연무늬에 의한 특이한 장식적 효과를 돋울 수 있었기 때문이며 소뿔이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라는데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뿔이라고 하여 다 화각공예의 재료로 쓴 것은 아니었다.
화각공예품제작에 씌여온 소뿔은 너무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중소의 곧추난 뿔이었다. 어린 소의 뿔은 뿔속에 희뜩희뜩한 은점이 박혀있고 늙은 소의 뿔은 속에 미역줄기와 같은 검은 심대가 박혀있어 화각품 제작에 적당치 않았다. 중소의 곧은 뿔은 각질이 맑고 투명도가 높은데다 가공하기도 편리하고 이용면적이 넓었으므로 화각공예품제작에 아주 적합하였다. 이밖에 화각공예품제작에 나무재료로서 소나무, 전나무, 분비나무, 가래나무, 오동나무, 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피나무, 버드나무, 뽕나무, 오리나무, 물푸레나무 등을 많이 썼다.
화각공예품의 제작방법에 대하여 보면 크게 4개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첫 공정은 소뿔가공이었다. 소뿔이 마련되면 먼저 톱으로 터실터실하고 굳은 소뿔의 윗부분과 밑부분을 잘라버리고 길이방향으로 가운데를 짜갠 다음 뿔속의 더뎅이들을 긁어내었다. 그 다음 뿔에 열을 가하여 평평하게 펴는데 뿔을 물에 담갔다가 숯불로 서서히 지지기도 하고 물에 넣고 압착시켜 반듯하게 폈다. 그 다음 톱으로 두께 0.3mm 정도로 얇게 켜서 안팎으로 곱게 연마한 다음 일정한 크기로 잘랐다. 이때 소뿔의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었으나 보통 사방 8~10cm 정도의 크기는 얻을 수 있었다.
화각공예품 제작의 다음 공정은 그림 그리기였다. 그림은 얇게 켜 놓은 뿔의 뒷면에 그리기도 하고 나무로 만든 제품의 겉면에 그려 넣기도 하였다. 소뿔면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에는 나무제품에 붙였을 때 그림이 바로 보이게끔 반대되게 그렸다. 그리고 나무제품에 직접 그리는 경우에도 면적이 큰 제품은 소뿔의 크기에 맞게 사방 8~10cm 정도 되게 금을 긋고 매 칸마다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화각공예품 제작의 다음공정은 소뿔을 나무제품에 붙이는 것이었다. 소뿔 붙이기도 화각공예품 제작에서 어려운 공정의 하나였다. 소뿔의 크기가 일정하게 제한되어 있는 조건에서 면적이 큰 제품인 경우에는 여러장을 맞붙여야 완성할 수 있었고 또한 재질이 서로 다른 나무와 소뿔을 결합시키자면 숙련된 기술과 함께 접착력이 강한 붙임풀도 요구되었다. 소뿔을 붙일 때 먼저 뿔면과 나무 겉면에 풀을 각각 2~3회 정도 바르고 붙였는데 이때 뿔과 뿔 사이에 소의 갈비뼈나 사골로 깎은 가늘고 긴 흰뼈를 끼워 뿔조각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고정시켰다. 소뿔 붙이기가 끝나면 마른 걸레로 이음새 사이로 배어 나온 풀을 닦아내고 속새풀로 뿔면을 닦아 윤기를 냈다. 닦을 때에 사슴뼛가루로 만든 녹각분을 써서 뿔면을 유리처럼 광택이 나게 갈고 닦았다.
이와 같이 화각공예품은 여러 가지 복잡한 공정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그만큼 품이 많이 들었다. 우리 선조들은 많은 경우 여럿이 모여서 한 개 공정씩을 전문으로 맡아 흐름식으로 일하여 왔는데 나무제품을 만드는 사람을 백골장이라고 하고 그림그리는 사람을 화공, 소뿔 가공하는 사람을 각질공, 소뿔붙이는 사람을 장식공이라고 불러왔다. 화각공예품들에 장식된 무늬들을 보면 십장생이 제일 많고 그밖에 소, 범, 코끼리, 공작새, 용, 기린, 거북이, 물고기, 구름, 매화, 국화, 모란, 넝쿨, 풍경 무늬들과 칠보무늬, 길상문자 등이 있고 사람이 학이나 사슴, 용을 타고 달리거나 날아가는 그림도 있다.
우리 선조들은 화각공예품의 품위를 돋우기 위해 부분적으로 은, 황동, 백동, 오동 등의 얇은 판을 뚫거나 쪼아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듬어 만든 자물쇠, 경칩, 고리, 들쇠 등을 화각공예의 겉면에 붙였다. 이러한 장식물들은 제품의 견고성을 보장하면서도 그 외적 미관을 한결 돋우어 주었다. 칠장식은 화각공에품을 만들 때 소뿔을 입히지 않은 나무 겉면들에 적용되었다. 화각공예품의 칠장식에는 호두, 유자, 콩과 같은 식물성기름이 많이 쓰였고 이밖에 붉은색, 검은색의 옻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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