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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나전공예품으로는 3층장, 3층내사장, 예장함, 문갑, 빗접, 연상, 쟁반, 함 등 나무공예에서 본 나무제품의 대부분이 속한다. 나전옻칠공예품을 만들려면 먼저 옻과 자개가 있어야 하였다.
옻은 옻나무의 진을 말하는데 그것은 기물에 두껍게 바르면 잘 마르지 않고 겉면이 우그러지고 주름이 생기므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여 써야 하였다. 옻나무에서 직접 받아낸 진을 생칠이라고 하였다. 생칠은 6~11월에 받아내는데 특히 삼복더위 때의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쳤다. 인공적인 수분제거법도 있었는데 그것은 칠통의 윗부분만 걷어낸 것을 가열하거나 진을 여과 시키는 것이었다. 이밖에 들기름을 섞어 가공하기도 하였다.
옻에 여러 가지 물질을 혼합하여 색깔을 냈다. 칠액에 유화수은, 유화철, 주사가루를 넣고 주칠(붉은색)이 되게 하고 석광철가루를 넣어 분홍색을 내게 하였다. 주사가루도 미세한 것이라면 누른기가 도는 색으로 되었다. 그리고 석황, 자황 같은 천연안료를 넣어 누른색(황칠)을, 철분이나 참기름, 송연을 넣어 검은색(흑칠)을, 철사와 주사를 같이 섞어 갈색을 냈다. 이밖에도 녹칠, 남칠, 금칠, 은칠 등이 있는데 이것은 생칠에 해당 광물성 안료를 섞어서 낸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쓰인 것은 주칠과 흑칠이었다. 그러나 주칠은 왕실이나 귀족들의 고급가구들에 쓰이고 민간에서는 드물게 썼다. 옻칠에는 숙칠이라는 것도 널리 쓰였는데 그것은 4~5년 자란 옻나뭇가지를 자르고 6~8일 정도 물에 담근 다음 껍질에 상처자리를 무수히 내어 불을 쪼일 때 배어 나오는 진을 말한다. 숙칠은 색깔이 맑지 못하므로 초벌옻칠이나 중요치 않는 기물에 바를 때 쓰였다.
나전공예품제작에 써온 자개로는 전복, 소라, 진주조개가 기본을 이루었다. 여기서 전복을 으뜸으로 쳤고 진주조개는 근대이후에 널리 쓰인 것이다. 전복껍질 가공한 것을 청패(靑貝), 소라껍질을 가공한 것을 야광패(夜光貝), 진주조개를 가공한 것을 진주패라고 하였다. 자개다듬기에는 실톱으로 자개를 오려내는 것, 상사톱으로 자개를 썬 다음 칼로 끊어가면서 무늬를 형성하는 것, 자개부스러기로 무늬를 형성하는 것, 자개가루를 칠기 전면에 뿌리는 것, 자개에 여러 가지 무늬를 조각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수법이 있었다.
조선 후반기 나전 옻칠공예품의 제작방법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우선 나무기물의 겉면을 잘 다듬고 생칠을 바른다. 마르는 과정에 생칠이 기름에 스며들어 기물은 단단해진다. 다음으로 나물기물의 틈들에 베천이나 종이 또는 얇은 가죽을 끼워서 그 틈이 처지거나 벌어지지 않게 한다. 그 다음 기물 겉면에 베천 같은 것을 바른다. 이 경우 생칠과 쌀풀을 섞은 것으로 삼베나무명, 모시 등을 바른다. 그 위에 생칠과 뼛가루나 황토가루를 혼합한 것을 고르게 한두번 바르고 물을 끼얹으면서 숯돌로 간다. 바탕이 고르지 못하면 이 공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그 다음 바탕에 먹 같은 것으로 그림도안을 그린다.
그림을 보면서 자개를 적당히 잘라 부레풀이나 갖풀로 붙인다. 그리고 자개가 기물에 붙어 마른 다음 자개무늬가 없는 부분에 묻은 풀이나 갖풀을 더운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그 다음에 자개를 붙인데다가 생칠을 발라 자개를 더 단단히 붙인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생칠에 소뼛가루를 혼합한 것이나 황토를 불에 구워 가루로 만든 것을 생칠과 혼합하여 두텁게 바른 다음 옻을 바른다. 옻이 마르면 숯돌로 전면으로 고르게 물을 끼얹으면서 간다. 마감으로 잘 정제한 칠을 바르고 자개무늬에 입혀진 칠을 긁어낸 다음 은행나무숯이나 통기름으로 잘 문질러 광택을 낸다. 모든 나전제품이 이런 공정을 거친 것은 아니었으나 우수한 나전공예품들은 이런 공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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